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오늘을 반복하는 이유

결과 없이도 하루를 반복하는 조용한 아침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무언가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이게 맞는 방향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퇴사 후의 일상은 특히 그랬다. 회사에 다닐 때는 매달 월급이라는 결과가 있었고, 분기마다 평가라는 기준이 있었으며, 연말이면 성과라는 이름의 결론이 주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도, 그날의 끝에는 뚜렷한 결과가 남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고 있다.

결과가 없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사람을 빨리 지치게 한다

처음에는 결과가 없다는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주 건넸고, 지금은 준비의 시간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에서 작은 질문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계속하는 게 맞을까?” “아무 변화도 없는데,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들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마음을 흔들었다. 결과가 없다는 감각은 단순히 숫자의 부재가 아니라, 자기 확신이 서서히 닳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는 ‘확신’이 아니라 ‘신뢰’였다

많은 사람들은 계속하기 위해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길이 맞다는 확신, 언젠가는 보상이 올 거라는 확신.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런 확신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나 역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길이 100% 맞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대신 나에게 남아 있던 건 아주 작은 신뢰였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 지금의 반복이 언젠가는 방향을 만들어줄 거라는 신뢰. 확신이 없어서 멈추는 대신, 신뢰가 남아 있어서 계속해보기로 했다.

오늘의 반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결과가 없다고 느꼈던 날들을 돌아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었을 뿐이다. 글을 쓰는 속도가 조금씩 안정되었고,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도 예전보다 단순해졌다. 하루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예전에는 결과가 없는 날을 실패로 규정했다면, 지금은 그런 날도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변화들은 숫자로 증명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반복은 나를 증명하기보다 나를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결과를 기대하며 반복하면 쉽게 지친다. 오늘 한 일이 내일 바로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반복의 목적을 바꾸기로 했다.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반복하기로 한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앉아 글을 쓰고, 하루를 기록하고,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는 일상적인 행동들. 이 반복들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주었다.

결과는 통제할 수 없지만, 반복은 선택할 수 있다

결과는 언제나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환경, 타이밍, 운, 수많은 요소들이 개입한다. 하지만 반복은 비교적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오늘도 글을 쓸지 말지, 오늘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내일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지. 이 선택들은 작아 보이지만, 하루하루 쌓이면 삶의 방향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결과 대신 반복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과를 기다리며 흔들리기보다, 반복을 선택하며 오늘을 살아가기로 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지금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결과가 없다고 해서 지금의 시간이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시간은 결과가 생겼을 때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기초를 다지는 구간에 가깝다. 조용히 반복하는 이 시기가 없었다면, 작은 성과 하나에도 나는 쉽게 흔들렸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결과가 없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 힘은 숫자로 측정되지 않지만, 앞으로의 시간을 견디게 해줄 중요한 자산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하루를 선택한다

오늘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눈에 띄는 변화도,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결과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반복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오늘을 반복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반복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이제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결과가 따라올 수도 있고, 아직 한참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의 반복을 선택한다. 지금의 이 시간이, 앞으로의 나를 지켜줄 거라는 신뢰를 가지고.


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