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25의 게시물 표시

연말이 되니 더 불안해졌다, 그래도 멈추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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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묘하게 조급해졌다. 달력이 12월을 향해 넘어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올해는 어땠어?”라는 질문을 꺼낸다. 그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인사일 수 있지만, 내게는 꽤 묵직하게 들렸다. 퇴사 후의 시간은 분명 의미가 있었는데, 숫자로 보여줄 결과가 많지는 않았다. 블로그 글은 쌓였고, 유튜브도 조금씩 채워졌지만,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는 그 모든 과정이 순간적으로 작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연말은 이상하게도 ‘끝’이 아니라 ‘비교의 시즌’처럼 느껴졌다. 연말 불안의 정체는 “뒤처질까 봐”가 아니라 “증명하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뒤처질까 봐 불안한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불안의 중심에는 ‘증명’이 있었다. 퇴사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 내가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연말은 그 증명을 요구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성과를 정리하고, 목표를 회고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며 모두가 ‘결과’로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자꾸 흔들렸다. 수입이 아니라 자존감이 먼저 무너졌던 그 시기가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처럼, 또다시 나를 의심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기로 한 이유는 단순했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면 예전의 나는 속도를 올렸다. 더 많이 쓰고, 더 자주 올리고, 더 빨리 결과를 만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붙인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지치고, 다시 멈추고, 그 멈춤에서 죄책감이 커졌다. 그래서 이번 연말에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불안한 채로 ‘내 패턴’을 지키기로 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글감을 정리하고, 이틀에 한 번은 글을 쓰고, 가능한 범위에서 영상 작업도 조금씩 이어가는 것. 큰 성과를 만들지는 못해도,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말을 지나가고 싶었다. 멈...

퇴사 후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수입’이 아니라 ‘자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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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결심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돈이었다. 월급이 끊기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통장 잔액과 카드 결제일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당연히 가장 큰 걱정은 수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떠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예상과 전혀 다른 부분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생활비는 아직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나는 뭐 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내 모습이었다. 수입보다 먼저 떨어진 건 숫자가 아니라, 나를 향한 믿음이었다. 직함이 사라지자 나도 함께 사라진 느낌 회사에 다닐 때 나는 명함 한 장으로 소개가 가능했다. 직급, 부서, 회사 이름만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회의에서 의견을 내도, 거래처와 통화를 해도, 뒤에 회사라는 배경이 있었다. 퇴사 후 그 배경이 사라지자, 내 말의 무게도 함께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혔다. “전에 어디 다니셨어요?”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일을 하세요?”라는 말 앞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자꾸 쌓이면서, 나는 내가 점점 작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돈보다 더 무서웠던 건 ‘쓸모없는 사람’이 된 듯한 감각 수입이 줄어드는 건 숫자로 확인된다. 그래서 오히려 대응이 가능하다. 지출을 줄이고, 예산을 다시 짜고, 기간을 계산하면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자존감이 무너지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늘 나를 기다리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때, 메일함을 열어도 긴급한 메시지가 없을 때, 휴대폰이 조용한 하루가 이어질 때 나는 마치 세상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저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성과’가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