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한 첫 번째 이유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다가오면, 세상은 자연스럽게 계획 이야기로 가득 찬다. 다이어리 매대가 눈에 띄고, SNS에는 목표를 정리한 글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올해는 꼭 이걸 해보려고요”라는 문장들이 당연한 인사처럼 오간다. 예전의 나는 그 분위기 속에서 빠지지 않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었다. 새 노트를 꺼내 연간 목표를 적고, 분기별로 나누고, 다시 월별 계획으로 쪼갰다. 그렇게 계획을 정리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아직 아무 것도 이룬 건 없지만, 적어도 ‘준비된 사람’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졌다. 예상보다 느리게 가는 날들이 쌓이고, 계획표에 체크하지 못한 칸들이 늘어났다. 그때부터 계획은 나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지키지 못한 나를 증명하는 기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번 새해에는 그 반복을 멈추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보다 무너지는 순간이 더 선명하게 남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기억하는 건 계획을 세우던 순간의 의욕보다 그 계획이 무너졌을 때의 감정이었다. 처음에는 일정이 조금 밀렸을 뿐인데, 그 밀림이 곧 ‘실패’처럼 느껴졌다. 하루 이틀 어긋난 일정은 금세 죄책감으로 바뀌었고, 그 죄책감은 다시 나를 재촉했다. 결국 계획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지쳐버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특히 퇴사 이후에는 이 패턴이 더 선명해졌다. 회사라는 구조 안에서는 계획이 조금 흔들려도 그 틀 안에서 다시 정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된 이후에는 계획의 흔들림이 곧 나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방향을 잘못 잡은 건 아닐까’ ‘아무 준비도 없이 나온 건 아닐까’ 계획이 무너질 때마다 이런 생각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