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니 더 불안해졌다, 그래도 멈추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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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묘하게 조급해졌다. 달력이 12월을 향해 넘어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올해는 어땠어?”라는 질문을 꺼낸다. 그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인사일 수 있지만, 내게는 꽤 묵직하게 들렸다. 퇴사 후의 시간은 분명 의미가 있었는데, 숫자로 보여줄 결과가 많지는 않았다. 블로그 글은 쌓였고, 유튜브도 조금씩 채워졌지만,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는 그 모든 과정이 순간적으로 작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연말은 이상하게도 ‘끝’이 아니라 ‘비교의 시즌’처럼 느껴졌다. 연말 불안의 정체는 “뒤처질까 봐”가 아니라 “증명하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뒤처질까 봐 불안한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불안의 중심에는 ‘증명’이 있었다. 퇴사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 내가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연말은 그 증명을 요구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성과를 정리하고, 목표를 회고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며 모두가 ‘결과’로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자꾸 흔들렸다. 수입이 아니라 자존감이 먼저 무너졌던 그 시기가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처럼, 또다시 나를 의심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기로 한 이유는 단순했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면 예전의 나는 속도를 올렸다. 더 많이 쓰고, 더 자주 올리고, 더 빨리 결과를 만들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붙인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지치고, 다시 멈추고, 그 멈춤에서 죄책감이 커졌다. 그래서 이번 연말에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불안한 채로 ‘내 패턴’을 지키기로 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글감을 정리하고, 이틀에 한 번은 글을 쓰고, 가능한 범위에서 영상 작업도 조금씩 이어가는 것. 큰 성과를 만들지는 못해도,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말을 지나가고 싶었다. 멈...

퇴사 후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수입’이 아니라 ‘자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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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결심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돈이었다. 월급이 끊기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통장 잔액과 카드 결제일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당연히 가장 큰 걱정은 수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떠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예상과 전혀 다른 부분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생활비는 아직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나는 뭐 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내 모습이었다. 수입보다 먼저 떨어진 건 숫자가 아니라, 나를 향한 믿음이었다. 직함이 사라지자 나도 함께 사라진 느낌 회사에 다닐 때 나는 명함 한 장으로 소개가 가능했다. 직급, 부서, 회사 이름만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회의에서 의견을 내도, 거래처와 통화를 해도, 뒤에 회사라는 배경이 있었다. 퇴사 후 그 배경이 사라지자, 내 말의 무게도 함께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혔다. “전에 어디 다니셨어요?”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일을 하세요?”라는 말 앞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자꾸 쌓이면서, 나는 내가 점점 작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돈보다 더 무서웠던 건 ‘쓸모없는 사람’이 된 듯한 감각 수입이 줄어드는 건 숫자로 확인된다. 그래서 오히려 대응이 가능하다. 지출을 줄이고, 예산을 다시 짜고, 기간을 계산하면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자존감이 무너지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늘 나를 기다리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때, 메일함을 열어도 긴급한 메시지가 없을 때, 휴대폰이 조용한 하루가 이어질 때 나는 마치 세상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저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성과’가 아니라 ‘...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하루가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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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가장 불안했던 시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하지 않는 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흐름 속에서 하루는 자동으로 소진되었다. 하지만 퇴사 후에는 하루가 텅 비어 보였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쉬는 날에도 억지로 글을 쓰고, 억지로 영상을 만들고, 억지로 계획을 세우며 나를 몰아붙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의 나는 쉬지 못해서가 아니라 ‘쉬는 걸 두려워해서’ 더 지쳐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았던 마음 하루라도 멈추면 모든 흐름에서 탈락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블로그도, 유튜브도, 삶도 모두 속도전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오늘도 글을 올리고, 누군가는 오늘도 영상을 올릴 텐데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손이 떨리듯 키보드를 두드렸고, 완성도보다 ‘했다는 사실’에 집착했다. 그 결과는 피로였다. 머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쉬지 않았는데도 쉬지 않은 것처럼 더 피곤해지는 이상한 상태가 이어졌다. 완전히 멈춰버린 하루의 시작 그날은 의도한 휴식이 아니었다. 몸이 먼저 말을 걸어온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글을 쓰겠다는 의지도, 영상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불안 대신 무기력이 전체를 덮고 있었다. 나는 그날 하루 동안 노트북도 켜지 않았고, 메모장도 열지 않았고, 계획표도 보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걷고, 조용히 밥을 먹고, 아무 목적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처음엔 이 시간이 몹시 불안했다. ‘이러다 완전히 무너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시간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그런데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오후가 되고 ...

천천히 쌓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는 ‘전환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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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블로그와 유튜브를 꾸준히 하면서, 나는 이상한 경험을 몇 번 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거의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숫자가 ‘툭’ 하고 달라지는 순간이 있었다. 글 수는 조금씩 늘어났고, 영상도 하나씩 추가될 뿐인데, 어떤 시점이 되자 방문자 그래프와 조회수 곡선이 서서히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다. 세상에는 분명히 ‘천천히 쌓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는 지점’이 있다는 걸. 나는 그걸 내 나름대로 ‘전환점의 법칙’이라고 부르게 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긴 준비 기간 솔직히 말하면, 전환점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은 꽤 지루하다. 블로그 글은 5개에서 10개, 10개에서 20개로 늘어가지만 검색 유입은 미미하고, 댓글도 없고, 반응은 조용하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영상이 3개에서 7개, 10개로 늘어가도 조회수는 여전히 두 자릿수에서 머문다.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면 대부분 중간에 포기한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 시기는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기초가 보이지 않게 다져지는 시간’이었다. 다만 그때는 그 사실을 몰라서 더 불안했을 뿐이다. 전환점은 우연이 아니라 누적이 만든 결과 어느 날, 블로그에 올려둔 예전 글 하나가 갑자기 검색 상단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별 기대 없이 썼던 글이었는데, 그 글을 발판으로 다른 글들까지 함께 읽히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몇 주 동안 별 반응 없던 영상들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다. 전환점은 ‘운이 좋은 하루’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그 전까지 차곡차곡 쌓였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며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천천히 쌓이던 것들이 임계점에 닿는 순간, 바깥으로 드러나는 모양이 달라지는 것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변화가 먼저 일어난다 전환점의 가장 큰 특징은, 숫자가 변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한다는 점이다...

퇴사 후 다시 배우는 삶의 속도: 빨라야 할 일과 천천히 가도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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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속도가 곧 성과였고, 속도를 내려놓는 순간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이 따라왔다. 하지만 퇴사 후에는 속도를 내가 정해야 했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마감도 없고, 눈앞에서 움직이는 팀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내 속도가 어딘가로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빠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과 천천히 해도 되는 일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나는 그 사이에서 여러 번 흔들렸다. 그러다 어느 날, 이 둘을 구분하는 능력이야말로 퇴사 후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역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빠른 속도가 필요한 일은 따로 있다 퇴사 후에도 여전히 빠른 결정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특히 감정 정리나 우선순위 결정 같은 영역은 머뭇거리면 하루가 무너지고, 무너지면 며칠이 흐트러진다. 나는 퇴사 직후 큰 불안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많았다. 그때 배운 건 하나였다. 불안이 커지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 생각이 너무 복잡해지기 전에 정리해두어야 한다는 것. 이건 빠른 속도가 필요한 영역이었다. 감정 관리, 일정 정리, 루틴의 기초 설정 같은 일들은 늦출수록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실행력도 떨어졌다. 퇴사 후 초기에 내가 가장 빨리 배운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마음의 속도는 늦추면 안 된다”는 것. 감정을 제자리에 두는 일은 빠르게 해야 하루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을 바꾸는 일은 대부분 ‘천천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반대로, 천천히 가야 제 의미를 갖는 일들도 있었다. 블로그를 쓰는 일,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일,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재설계하는 과정은 모두 느리게 쌓아야 했다. 이런 일들은 애쓰지 않는 순간에도 조금씩 자라지만 서두르는 순간 금세 무너지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글을 5개만 써도 검색이 갑자기 터질 줄 알았...